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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6 생명, 그리고 모성.

생명, 그리고 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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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석훈의 <아픈 아이들의 세대>를 읽었다.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고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꼭 글로 써서 남겨야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조금 귀찮기도 하고) 그 느낌을 말로 풀어내기 전에 책을 읽으면서 느낀 그대로 가슴 속에 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버렸다.

    사람들은 자기들 이야기를 할 때는 '건강이 최고야!'라고 하지만, 사회 이야기를 할 때 똑같이 말하지 않는다. 사회도 사람이랑 똑같다. 사회도 아프면 즐겁지 않다. 행복해질 수 없다. 나날이 올라가는 빌딩과 개발되는 녹지를 보면서 지폐의 향긋한 냄새를 떠올릴 지도 모르지만, 이 도시는 언젠가는 아플 것이다. 자연이 아프면 사람이 아프고, 사람이 아프면 사회가 아프다. 그 과정에서 제일 먼저 아픈 사람이 바로 '아이들'이다.

    그래서 우석훈은 가장 행복한 시대에 가장 불행해야 하는 '아픈 아이들의 세대'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빌딩 한 채도 아니고 /r/발음이 물컹하게 나는 꼬인 혀도 아니다. 그저 즐겁게 살아가기만을 바랄 뿐이며 그러기 위해선 건강을 지켜주어야 한다. 왜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점점 더 병들게 만드는가!

    이런 우리 사회의 몹쓸 모순을 제일 먼저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어머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아토피 때문에 손을 꼬깃대며 제대로 긁적이지도 못하고 눈물만 글썽이는 아이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밤새 콜록대며 조막만한 얼굴을 내내 붉게 만들고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귀에서 계속 짓물이 나와도 나 아프다고 제대로 말도 못하는 아이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어머니들은 생협에서 유기농 식품을 주문해 먹이고, 아이를 아프게 만드는 골프장에 출퇴근하는 잔혹한 부성을 탓하는 것이다.

    이 책은 3년 전에 쓰였지만 이 사회의 모성은 여전하다. 광우병 문제에 제일 강하게 반응한 사람들은 바로 이 어머니들이다. 내 자식 밥상에 미국산 쇠고기는 못올리겠다며 유모차끌고 시청 앞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그 모성의 위대함에서 이 사회에 '생명'을 불어넣을 희망을 느끼고 같이 눈물 흘리는 우석훈이 있고, 내가 있다.

 
    이 땅에 생명의 숨결이 깃들기를 바라며 짧은 소회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