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08'에 해당되는 글 2

  1. 2008.06.22 [유로 2008] 8강전 - 네덜란드 vs 러시아 Review 8
  2. 2008.06.20 [유로 2008] 8강전 - 독일 vs 포르투칼 Review 30

[유로 2008] 8강전 - 네덜란드 vs 러시아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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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6월 22일, 8강전 세 번째 경기가 있었습니다. 유로 대회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네덜란드와 국가대표팀만 맡았다하면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는 히딩크가 이끄는 러시아의 매치업입니다.

  라인업부터 보면 네덜란드는 이전의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4-2-3-1을 들고 나왔습니다. 부상 후 폼이 회복된 것 같았던 로벤(11)-반 페르시(7) 듀오를 여전히 서브 명단에 두었네요. 반니 아래에 3의 위치에 있는 슈나이더(10)-반더바르트(23)-카윗(18)의 경기력을 여전히 신뢰하는 것 같군요. 앙헬라르(8)와 데용(17)은 말할 나위 없는 이번 대회 최고의 미드필더 듀오구요.

  러시아 역시 늘 사용하던 4-1-3-2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조별 예선 2경기를 쉰 후에 마지막 경기에 나왔었던 아르샤빈(10)이 포인트입니다. 중앙에서 경기 흐름을 자유자재로 가져가며 러시아의 공격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원톱인 파블류첸코(10)의 넓은 활동범위가 여기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어 줬구요. 양쪽 풀백인 지르코프(18)와 아뉴코프(22)가 한국에서의 이영표-송종국 듀오처럼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하며 양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오버래핑을 하는 점도 러시아 공격의 좋은 점입니다.

  이번 경기는 '창'과 '창'의 대결입니다. 즉, 키포인트는 '누가 더 상대방의 공격을 잘 막아내느냐' 하는 점입니다. 네덜란드의 공격력이야 정평이 나 있고, 러시아의 경우에는 사실 조별예선동안 그렇게 많은 득점을 하지 못했지만, 아르샤빈이 합류한 뒤에 스웨덴 전서 보여준 모습은 확실히 '창'의 모습입니다. 경기 결과가 5대0이어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죠.

  그렇기 때문에 네덜란드의 승리를 살짝 점쳐봅니다. 로로 형제 대신 수비력이 뛰어난 카윗을 여전히 선발로 내세운 걸 보면 반 바스텐 역시 공수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수비진이 그렇게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데용과 앙헬라르의 커버링과 컷팅 능력이 워낙에 탁월해서 수비력 역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든든한 '늘푸른나무' 반데사르의 존재도 거기에 한 몫 하고 있구요. (승부차기로 가더라도 네덜란드가 더 유리한 점이 이 사람 때문이죠.)

  러시아의 느린 수비진은 4명의 네덜란드 공격진을 막기에 조금 버거워 보이네요. 특히 더 큰 문제는 네덜란드에겐 월드 클래스 급의 히든 카드가 2장이나 있다는 점입니다. 체력이 떨어진 시점에 투입되는 로벤과 반 페르시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네덜란드의 '새컨 윈드'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러시아는 백전백패입니다.

 그렇기 떄문에 히동구 씨의 '매직'이 어떤 시점에 어떻게 발휘될지 궁금해지는 거죠! 반 바스텐과 히딩크의 용병술 대결을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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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시작되고 전반 초반은 '탐색전'에 가까웠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위에서 말한대로 '상대방의 창을 어떻게 막느냐'에 이 경기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섣불리 앞으로 나가는 순간 상대방의 윙 또는 윙백이 무한도전에 굴러들어온 전스틴처럼 언제 자기 자리에 치고 들어와있을지 모르는 법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체력전'에 대비한 것입니다. 몇 일 쉬지 못하고 계속되는 토너먼트의 속성, 그리고 어제 있었던 크로아티아와 터키의 경기를 보면 후반, 연장, 다음 경기를 차례로 연상할 수 밖에 없겠죠. 조별 예선 3차전에 주전을 상당수 쉬게 했고 광속의 히든카드를 두 장이나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로서는 초반에 좀 밀어붙이는 것도 좋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만..

  하지만 또 무작정 밀어붙이기에는 러시아의 수비가 완강했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전에서의 네덜란드 골 장면을 보면 대부분이 역습 장면입니다.  러시아가 섣불리 앞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공격력을 어느 정도 감소시켜 놓고 맞붙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힘으로 매직을 만들 수 있는 로벤 옹의 경우도 아직은 벤치를 달구고 있구요. 그래서 무리하게 치고 올라가기보다는 경기 흐름을 완만히 조절하는 느낌입니다. '어떤 팀의 공격 수위를 보려면 풀백의 움직임을 보라!'라는 말이 있듯이, 러시아 풀백이 뛰쳐 나오는 순간 러시아는 감춰둔 발톱을 드러낼 것입니다. 이는 '상록수 2호' 빈 브롱코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도 마찬가지구요.


  전반 중반에도 간간히 위협적인 장면은 있었지만 양쪽 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오히려 네덜란드보다는 러시아의 페이스였습니다. 압박 수비를 통해 네덜란드의 원활한 볼 배급을 방해하면서 좌우에서 간간히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서 네덜란드 골문을 위협했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29분경에 있었던 세트 플레이에서 발만 갖다대면 골을 넣을 수 있었는데 한발 차가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몇 분뒤에 아르샤빈이 놀라운 개인기로 거기에 응수했습니다. 역습 상황에서 수비수를 앞에 두고 상체를 흔들다가 슈팅을 날렸는데요. 반 데사르가 손 끝으로 아슬아슬하게 정말 잘 막았습니다. 허접한 골리였다면 골이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곧 이은 코너킥에서는 수비수 콜로딘(8)의 중거리슛이 반 데사르의 선방에 막혔습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듯이 콜로딘 선수가 그 다음 상황에서 또 다시 중거리슛을 날렸는데 살짝 빗나갔습니다. 놀라운 슈팅력입니다!


  히딩크는 강팀과의 대결을 앞두고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한국도, 호주도, 러시아도 강팀을 만나 평소보다 100% 이상의 경기력을 보인다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어쩌100%를 다 끌어낸다는 게 맞는 표현이네요. 러시아가 분위기를 잡기 시작하자 슬슬 자신의 발톱을 드러냅니다. 윙백의 공격가담이 계속 이어지면서 네덜란드를 압박해갔습니다. 이러다 네덜란드한테 한 번에 당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더군요.

  34분경에는 네덜란드의 반니 선수가 수비수 3명을 턴 하나로 벗겨내고 좋은 슈팅을 날렸는데 GK 아킨피브(1) 선수가 잘 막아냈습니다. 세컨볼이 쇄도하던 네덜란드 선수(반 데 바르트로 보였습니다)에게 떨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습니다. 아킨피브 선수는 반사신경이 뛰어나기보다는 위치 선정이 좋고 쇄도 타이밍을 잘 잡는 GK 지능이 좋은 선수입니다.

  네덜란드는 세트 피스 상황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몇 번 연출했지만 큰 소득이 없었습니다. '아, 골인가?!' 싶은 플레이였지만 오히려 슈팅으로도 연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준비해온 것을 계속해서 아깝게 실패한 거죠. 포르투칼 전에서의 독일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러시아 수비수가 실수를 가끔씩 했는데 이것들을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상황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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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3-1의 포메이션으로 세트 오펜스를 성공시키려면 양쪽의 윙이 개인기로 수비수를 벗겨내거나 3과 1이 쉴새없이 연계하며 상대 수비진의 수비 조직을 허물어버려야 합니다. (거칠게 대입해서 비교해보면) 전자는 잘 나갈 때의 첼시, 바르샤와 가깝고 후자는 맨유, 아스날과 가깝습니다. (생각해보니 바르샤가 잘 나갈 때는 둘 다 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ㅅ-) 그러나 이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양 날개인 슈나이더와 카윗은 전문 윙어가 아닌 탓에 상대방 수비를 개인기만으로 벗겨내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미드필더들이 수비와의 간격을 촘촘히 둔 채 두텁게 배치하면서 네덜란드 3-1 간의 연계 플레이도 이루어지기 어려웠습니다. 반 니스텔루이(이렇게 풀네임으로 말하는 게 어색하네요, 허허)가 자주자주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고 들어가는 것도 어떻게 공간을 좀 꾸며보려고 하는 건데 별 소득이 없었죠. 전반전만 놓고 보면, 네덜란드가 골을 넣을 수 있는 가장 확률이 높은 상황은 러시아 포백이 (전반전에 가끔 그랬던 것처럼) 정신줄을 잠시 놓은 틈을 타 한 골 줍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소 지루한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어느 정도 히딩크의 의도대로 경기가 진행된 양상입니다. 다만 러시아의 역습도 그리 날카롭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경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쪽은 네덜란드입니다. 개인적으로 앙헬라르와 데용 중에 한 선수를 포기하고 로벤이나 반 페르시를 투입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러시아의 공세가 그리 두드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홀딩을 둘이나 둘 필요가 없으니까요. 반 바스텐도 아마 염두에 두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변화를 주는 건 이 경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에 히딩크가 어떤 카드를 준비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네덜란드의 히든카드는 진정한 의미의 'Hidden'이 아니라면, 히딩크의 카드야말로 진정한 'Hidden' 카드입니다. 히딩크가 푸틴의 후계자가 될지, 오렌지의 애국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후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상대로 (저의 완소 플레이어♡) 반 페르시(7)가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또 예상과는 다르게 중앙 미드필더가 아니라 오른쪽 윙이었던 카윗이 아웃됐습니다. 교체 타이밍이 이른 만큼 공수 밸런스를 크게 바꿀 수는 없었나보네요. 여기서 오른발잡이 슈나이더를 왼쪽, 왼발잡이 반 페르시를 오른쪽에 두었다는 것은 양 날개의 목적이 중앙과의 연계, 그리고 슈팅에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왼발잡이가 왼쪽에 있는 것보다 오른쪽에 있을 경우 다양한 자세와 각도로 슈팅을 할 수 있게 되죠. 로벤이 아니라 반 페르시를 넣은 것도 3-1 간의 연계 플레이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점 때문입니다. 로벤이 클래식 윙어에 가깝다면, 반 페르시는 윙이지만 쉐도우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이면서 반니와 포스트에 위치할 수도 있고 미드필더로 내려와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시작되자마자 반 페르시가 위협적인 슈팅을 기록했습니다. 역시나 오른쪽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앙에 와서 패스를 받은 후 슈팅을 날렸습니다. 곧 이어서는 네덜란드가 또 다시(!!) 세트 피스 상황에서 한 발 차이로 골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한 끗이 아깝습니다. 네덜란드는 하프 타임동안 라커룸에서 분위기를 다 잡은 모양입니다. "우리 이번엔 러시안이 정신줄 놓으면 절대 놓치지 말자!!"

  전반 8분 경에는 오른쪽 풀백이었던 불라루즈(21)를 빼고 헤이팅아(3)를 투입했습니다. 불라루즈는 경기 몇일전에 자신의 딸을 하늘나라로 보냈었죠. ㅠ_ㅜ 그런 슬픈 상황에서도 경기에 뛰겠다는 인터뷰를 보고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더랍니다. (오늘 네덜란드 선수들은 왼쪽 팔에 애도의 뜻으로 까만 밴드를 하고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이유로 불라루즈를 뺀 건 아닌 듯 합니다. 왼쪽에 비하면 오른쪽의 불라루즈는 공격력이 떨어집니다. 풀백은 적절한 시기에 치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때 패스를 받아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불라루즈의 크로스는 왓더헬이었고 공격 가담이 더 뛰어난 헤이팅아를 투입합니다. 네덜란드가 공세를 취하려고 슬슬 덤빕니다.

 9분 경에는 아르샤빈이 프리킥 상황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지만 아쉽게 골문 옆으로 빗나갔습니다. 러시아 선수들의 개인 기량도 대단합니다. 드디어.. 드디어.. 이 경기의 첫 골이 터졌습니다! 파블류첸코가 세막크의 크로스를 받아서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네덜란드의 네트를 흔듭니다! 2002년 월드컵 폴란드 전때 이을룡 선수의 크로스를 받아 황선홍 선수가 논스톱 슈팅을 날렸던 그 골이 연상되는 장면이었습니다. 히딩크는 저 크로스와 슈팅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걸까요? 또 다시 히딩크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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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가 또 분위기를 탔습니다. 사엔코(9)가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를 받아 슈팅을 날렸지만 살짝 빗나갑니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조금 동요하는 게 느껴지네요. 하지만 다소 낮은 연령대에 비하여 오렌지의 영건들은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유로 2004 때도 반 페르시, 슈나이더, 반더바르트 등의 선수들이 정규 엔트리에 있었습니다. 클럽 경력이야 말하려면 입 아프구요.

  후반 16분 경, 드디어 앙헬라르를 빼고 아펠라이(20)를 투입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요! 그런데 왜 로벤이 아니라 아펠라이일까요? 아직도 공수 밸런스를 생각하는 건가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가 더 절실한 갑갑한 상황인데요. 어쨌든 반더바르트와 아펠라이가 번갈아가며 앙헬라르의 자리를 메꾸고 때에 따라서는 모두 공격에 가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기에서 러시아는 수비 앞에 미드필더 세넷이 촘촘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 타개책으로서 네덜란드의 양날개는 어느 때보다 넓게 자리를 잡고 이 조직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요. 러시아 수비 조직은 계속해서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네덜란드의 공격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후반 23분경 러시아는 셈쇼프(20)를 빼고 빌랴레치노프(11) 를 투입합니다. 죄송합니다, 둘 다 잘 모르는 선수입니다. -ㅅ- 하지만 보기에는 비슷한 역할을 맡은 것 같네요. 배터리 새로 갈아 끼운 격입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오른쪽 풀백 아뉴코프가 무섭게 오버래핑하며 파블류첸코가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지만 반 데사르가 손으로 '툭'하고 막아냅니다.


  계속해서 네덜란드의 공세가 이어지지만 건지는 게 없습니다. 그러다가 파블류첸코의 역습에 실점 위기도 겪었습니다만.. 유로 대회 최다 슈팅의 주인공 파블류첸코는 득점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움직임은 좋은데 결정력이 한 20% 아쉬운 선수네요. 여기엔 반데사르의 얼굴이 한 5% 영향을 끼쳤습니다. 안면 선방이었죠~b


  35분 경에는 사엔코가 빠지고 토르빈스키(7)가 투입됐습니다. 둘다 공격적인 롤을 수행하는 선수인 듯 합니다. 역시나 배터리 교체입니다. (사엔코는 피온에서 제 팀이 가난할 때 주전 스트라이커로 쓰던 애라 조금 압니다! ㅋㅋ 안다고 말할 수 있나... ㄱ-.....) 얼마 안 있어 러시아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만 아쉽게 골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아르샤빈의 발이 조금 짧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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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전에는 계속해서 네덜란드가 공세를 가져가는데 오히려 더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건 역습을 펼치는 러시아입니다. 네덜란드의 공격진보다 파블류첸코와 (그에게 패스를 찌르는) 아이들이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카윗-불라루즈 라인이 반 페르시-헤이팅아 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오른쪽에서 속절없이 당하네요. 첫 골도 헤이팅아가 들어오자 마자 시막이 왼쪽 공간에서 패스를 받아 크로스를 올렸었는데요.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네덜란드 공격의 백미는 역습이었는데 러시아가 수비를 단단히 하며 그럴 기회를 안줬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후반 41분경 프리킥 상황에서 반 니스텔루이가 멋진 다이빙 헤딩골을 기록합니다! 이전에 몇 번 놓쳤던 바로 그 상황입니다! 비슷한 궤도로 프리킥한 공이 날아갔고 결국 이번에는 제대로 날았습니다. 진작에 이렇게 넣을 수 있었는데 드디어 터지네요. 히딩크의 낫빛이 어두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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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급변합니다. 드디어 동남풍이 부는 건가요! 러시아의 콜로딘 선수가 슈나이더를 막다가 경고를 받으며 아까 받아뒀던 한 장에 합쳐서 퇴장당할 위기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공이 골라인을 벗어났다는 부심의 판정에 따라 경고가 취소되었습니다. 여전히 북풍입니다. 그리고 전후반 90분의 게임은 종료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제가 글을 길게 쓰는 편이라 읽는 입장에서 길지 않을까 늘 걱정하는데, 오늘은 경기도 너무 길어지네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이제 러시아는 다시 한 번 걸어잠그면서 파블류첸코와 아이들의 역습을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네덜란드는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어야 하구요. 반 페르시가 한 건 해주길 바랍니다!

  연장 전반 시작하자마자 슈나이더가 수비수를 드리블로 제치면서 다시 한 번 중거리 슈팅을 날렸습니다. 예.. 이번 경기에서만 슈나이더의 10번째 슈팅이었습니다. -_- 오늘따라 화풀이 대상이 조금 필요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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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장전에는 드디어 화끈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풀백들이 팍팍 치고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양쪽 다 승부차기는 하기 싫은가 보네요. 어제 그렇게 잘했던 모드리치도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와서 실축해버렸죠. 정말 잔인한 방식입니다. (I love this game! ㅋㅋ) 파블류첸코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춘 결정적인 장면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네덜란드로부터 올 것이라 예상했던 새컨 윈드가 연장전의 아르샤빈에게서 불어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연장 후반에는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지르코프가 페널티 에이리어 안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낼 뻔 했습니다. 역시 러시아 풀백들의 공격 가담은 뛰어납니다. 그들은 정신줄 놓을 자격이 있다는 거죠! 조금 뒤에도 지르코프의 오버래핑 후에 파블류첸코가 쉽게 골을 넣을 수 있었으나 실패했습니다. 지르코프도 지르코프지만 헤이팅아가 참 대인배스러운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지나갈테면 지나..가라..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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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결승골은 아르샤빈이 해냈습니다! 새컨 윈드 모드였던 아르샤빈이 사이드를 뚫은 후 올린 애매한 크로스를 토르빈스키이 달려들어서 우겨넣었습니다!! 아르샤빈 선수, 정말 완소네요. 테크니션답지 않은 강한 투지와 체력이 매력적입니다. (어떻게.. 아스날 안되겠니?)


  연장후반 9분, 히딩크는 체력이 떨어진 듯한 파블류첸코를 빼고 시체프(21)를 투입하면서 "나 역습할테니 너희 함부로 나오지 마!"라는 마지막 메세지를 오렌지 군단에 전달합니다. 결국.. 아르샤빈이 네덜란드를 격침시킵니다!! 네덜란드 수비수 뒤쪽에서 드로잉을 받아서 골을 넣어버렸습니다! (몸값 오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스날은 못사겠군요. 털썩.) 경기장에 계속해서 아르샤빈의 이름이 메아리처럼 울립니다. 러시아가 결국 최종스코어 3대1로 강력한 우승후보 네덜란드를 꺾고 4강전에 진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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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은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러시아의 에이스, 아르샤빈 선수입니다. 이름도, 외모도, 플레이도 너무나 매력적인 선수네요. 러시아 공격을 주도하면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고 쐐기골을 터트렸습니다. 연장 후반까지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과시하면서 네덜란드 수비수들을 마음 먹은대로 요리했습니다. 그 외에도 파블류첸코, 시마크, 지르코프 등의 선수들을 칭찬할 수 있겠네요.

  이 경기는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1. 히딩크의 매직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매번 이변을 일으키는 걸까요? 한국 팀에 다시 데려오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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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로벤의 저주입니다. 저주까지는 좀 심했네요. ㅋㅋ 유로 2004 때도 체코와의 경기에서 로벤을 뺀 뒤 2대0에서 2대3으로 역전되는 경기를 연출하곤 했었는데요. 오늘도 로벤을 투입하지 않더니 결국 져버렸습니다. 러시아에 아르샤빈이 있다면, 오렌지에는 로벤이 있는데 말이죠. 반 페르시나 아펠라이 대신에 로벤이 들어갔다면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몰랐을 겁니다. 누가 될진 모르겠지만 유로 2012를 치를 네덜란드 감독님. 로벤은 빼지 마세요.

 3. 아르샤빈, 영웅의 탄생입니다. 아르샤빈이 이 경기에서만 이런 임팩트를 보여준 것이 아닙니다. UEFA 컵 내내 제니트를 이끌며 바이에른 뮌헨과 피오렌티나를 격파하며 우승컵을 차지했던 그입니다. 그는 유로 컵에서 또다시 이변을 꾀하고 있는 러시아의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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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팀스피릿의 중요성입니다. 러시아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유기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면 네덜란드는 정리 훈련 나온 것 같았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테니 정리 훈련이 맞긴 하네요. 언제나 동기부여가 잘 되어있고 팀을 위해 한 발 더 뛰는 선수가 많은 팀이 이길 확률이 높게 되어 있습니다. 러시아의 팀 스피릿은 오늘 경기의 백미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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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 2008이 갈수록 재밌어지네요. 거기에 비례해서 제 수면 시간은 줄어들구요. 이제 자야겠어요- 오늘은 아르샤빈이 아스날에서 세스크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는 꿈을 꾸렵니다... 네,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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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8] 8강전 - 독일 vs 포르투칼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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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0일 새벽 3시 45분. 독일과 포르투칼의 유로 2008 8강전 첫 경기가 벌어졌습니다. 매체에서 이 경기를 홍보하면서 '너무 일찍 만났다.' 라고 하곤 했다죠? 경기력을 봤을 때 우승 후보로 꼽히던 두 국가가 8강전에서 덜컥 만나버렸네요.

  우선 선발 선수 명단은 위와 같습니다. 포르투칼은 4-5-1을 사용하여 종전과 같은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누누 고메즈(21)를 축으로 호날두(7)와 시망(11)이 연동하며 중원에서는 프티(8), 무티뉴(10), 데코(20)가 손발을 맞췄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호날두는 좌측에서 중앙으로 전진하여 누누 고메스와 1선에서 라인을 맞추고 시망은 오른쪽에서 풀백인 보싱와(4), 데코, 무티뉴와 연동하며 1선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는 점입니다.

  독일은 위에 나타난 포메이션과 다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선발 라인업을 보고 예상해서 만든 포메이션이구요. 독일은 늘 사용하던 4-4-2가 아닌 4-5-1을 들고 나왔습니다. 폼이 좋지 않았던 마리오 고메즈를 제외하는 대신에 공격형 미드필더인 히츨스페르거(15)를 투입했습니다. 클로제(11)를 원톱으로 히츨스페르거와 발락(13)이 뒤를 받쳐주고 좌우에서는 포돌스키(20)와 슈바인스타이거(7)가 윙 포워드처럼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갈비뼈 부상으로 아웃된 프링스를 대신하여 롤페스(6)가 홀딩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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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메이션이 바로 이번 경기에 '문제'를 제공하는 부분입니다. 폼이 안좋은 고메즈를 제외하는 대신에 미드필더 숫자를 하나 추가함으로써 독일은 포르투칼의 강력한 미드필더진에 뒤지지 않는 미들진을 구축했습니다. 미중년의 독일 감독 뢰브가 꽤 잘낸 문제였습니다. 히츨스페르거는 단순히 숫자 하나 추가의 의미를 넘어서서 공격가담이 탁월하던 오른쪽 풀백 보싱와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만약 포르투칼이 이 '문제'를 잘 풀어낸다면 승리는 포르투칼에, 그렇지 못하다면 승리는 독일에 주어지는 상황이었죠.


  전반은 문제를 낸 독일의 승리였습니다. 포르투칼의 공격은 시망과 호날두의 활발한 공격에 1선의 누누 고메즈와 2선의 데코가 연계하면서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독일은 홀딩 롤페스의 수비 능력을 바탕으로 무티뉴와 데코의 움직임을 방해하였고, 무엇보다도 양 풀백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좌우의 람(16)과 프리드리히(3)는 뛰어난 피지컬 능력을 바탕으로 시망과 호날두의 공격을 계속해서 꺾었습니다. 양 날개가 펄럭이지 않는 한 새는 계속 날아갈 수 없죠.


  특히 람은 공격에서도 독일의 활력소였습니다. 미드필더의 숫자는 5대5 였지만 공격시에 람이 빠르게 치고 올라와 왼쪽 측면에서 숫자 하나를 더 할 수 있었습니다. 수비에서 볼을 가져와 공격에 연결하는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하였구요. 그래서 포르투칼은 람에게 강한 프레싱을 거는 듯 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그 과정에서 포돌스키, 히츨스페르거와 연계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죠. 결국 전반 중반, 포돌스키가 람, 히츨스페르거 등과 연계하며 패싱 플레이로 왼쪽 측면을 뚫어내고 오른쪽으로 크로스를 올려 쇄도하던 슈바인스타이거가 골을 만들어냅니다. 왼쪽 풀백인 페레이라가 쇄도하던 슈바인슈타이거를 놓치면서 초래한 결과였습니다. 안 그래도 득점력이 좋은 미드필더인데 말이죠. 이전에도 종종 놓치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결국 일을 만들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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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 초반, 독일의 문제를 가장 열심히 풀고자 학생은 시망이었습니다. 끊임없이 2선까지 내려와 볼을 운반하며 공격을 이끌어보려고 했지만 번번히 람에게 막혔습니다. 해결을 자처한 선수가 막히다보니 포르투칼의 공격도 정체하게 되죠.

  시망의 개인 돌파가 계속 막히자 이번엔 오른쪽 풀백인 보싱와가 연계합니다. 패싱 플레이를 통해서 수비를 한겹 벗겨낸 뒤 바로 크로스를 올리는 방법으로 해답을 만들어보고자 한 거죠. 보싱와의 크로스는 날카로웠지만 몇 번의 공격기회가 아쉽게 무산되고 맙니다. 여기서부터 독일이 제기한 문제적 상황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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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포르투칼이 몇 번의 기회를 놓치자 독일은 금방 추가골을 넣어버렸습니다. 바로 고공 폭격기 클로제가 프리킥 상황에서 멋진 헤딩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장면은 말 그대로 완벽한 '세트 플레이' 였습니다. 독일에 장신 선수가 워낙 많아 수비수의 시선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는 점을 노린 플레이였죠. 역시 헤딩에 일가견이 있는 메첼더와 발락이 니어 포스트로 쇄도하는 사이에 클로제가 파포스트 쪽으로 움직이면서 멋진 헤딩을 보여줍니다. 포르투칼 수비들은 완벽히 속아버렸죠. 만약 이 때 프리킥한 볼이 좀 더 빗나갔거나 클로제가 놓쳤더라도 마찬가지로 파 포스트로 뛰어들던 다른 선수(프리드리히였던 것 같습니다.)에 의해서 또 골이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는 작은 차이가 결과를 바꾸어냅니다. 독일의 강점이었던 부분이죠.


  시망과 보싱와에게 분필을 이어 받아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던 선수는 포르투칼의 전교 1등 호날두였습니다. 패싱 플레이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자 개인 역량으로 독일의 수비를 벗겨내려고 했습니다. 결국 그 결과 발이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닌 프리드리히를 스피드로 제친 후 슈팅한 것이 레만을 맞고 튕기자 누누 고메즈가 쇄도하여 골을 만들어냅니다. 네, 전교 1등이 해냈습니다. 역시 호날두는 호날두네요. 맨날 골 못넣는다고 욕 먹던 누누고메즈도 오랜만에 한 건 했구요.

  그렇게 전반은 종료되었습니다.


  후반 초반에도 호날두는 분필을 놓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데코가 거들면서 문제가 조금 풀리는 듯했지만 독일의 수비는 견고한 편이었습니다. 전반전에는 중앙 미드필더의 배치가 롤페스를 꼭지점으로 하고 발락과 히츨스페르거가 전방에 배치되는 역삼각형 형태였다면, 후반전에는 히츨스페르거가 아래로 내려와 정삼각형 형태를 취하면서 수비를 강화합니다. 또 양쪽 미드필더인 포돌스키와 슈바인스타이거도 전반전보다 조금 더 아래에 위치하면서 윙포워드 같은 움직임을 보였던 전반에 비해 수비적인 자세를 취합니다. 람의 오버래핑 빈도 역시 현저히 줄어들구요. 결국 전교 1등조차 분필을 가지고 10여분이 지나도록 문제의 실마리를 못찾자, 문제를 냈던 선생님이 분필을 탁 빼았습니다.

  네, 독일의 세 번째 골이 터졌습니다. 두 번째 골 상황과 비슷한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으로 또다시 발락이 헤딩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골도 이번 경기의 구멍이었던 페레이라 선수가 발락을 놓치면서 초래했습니다. 헤딩 머신인 발락을 왜 페레이라가 막아야 했을까요? 이번에도 역시 독일 선수들이 니어 포스트와 파 포스트로 퍼지면서 발락과 페레이라의 1대1 헤딩 경합이 이루어졌고 당연하게도 발락이 승리했습니다. 포르투칼의 히카르두 골키퍼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공을 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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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 21분 경에 결국 포르투칼의 스콜라리 감독이 승부수를 던집니다. 누누 고메즈를 빼고 나니(19)를 투입했습니다. 호날두가 원톱의 위치로 가고 나니가 왼쪽으로 배치되었습니다. 나니는 꽤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개인 돌파가 인상적이었죠. 이제 포르투칼의 성패는 (주장 완장과 함께) 호날두의 어깨에 올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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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은 후반 27분 경에 히츨스페르거를 대신하여 보로보스키(18)가 투입됩니다. 정삼각형 배치의 미드필더에서 히츨스페르거보다는 보로브스키의 수비가 더 좋기 때문에 수비를 강화한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후반 37분 경에 포르투칼은 미드필더 숫자를 줄이고 포워드 포스티가(23)를 투입하면서 추격의 의지를 보입니다. 동시에 독일은 슈바인스타이거 선수를 빼고 프릿츠(4)를 투입시키면서 수비를 더 강화합니다. 문제를 냈던 선생님의 치고 빠지기입니다. 뢰브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전교 1등있는 반도 이런 건 잘 못 푸는 구나.. 오호호~"

  하지만 그런 뢰브의 비웃음을 뒤로 하고 후반 42분 경에 교체 투입되었던 나니와 포스티가가 헤딩골을 합작해내면서 끝까지 추격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독일 수비진이 나니와 포스티가를 둘다 완벽히 놓쳐 버렸습니다. 스콜라리의 선수 교체가 성공한 셈입니다.


  이후 포르투칼은 끝까지 나니의 개인기를 바탕으로 공격을 몰아칩니다. 나니가 가끔 망나니같은 짓을 하긴 하지만, 역시 교체카드로서는 효과적이었습니다. 맨유에서 박지성보다 나니가 교체 선수로 중용되는 것 역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것이겠죠. 하지만 끝끝내 독일의 수비벽을 뚫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3대2, 독일의 승리였습니다.



  MOM은 뢰브 감독에게 주고 싶습니다. 지난 경기의 퇴장으로 인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바라보아야 했던 그이지만 외모만큼이나(두둥!) 뛰어난 전략을 보여주었습니다. 포르투칼에게 문제적 상황을 제시하면서 경기 시작부터 포르투칼에 한 발 앞서 출발하였고 끝날 때까지도 포르투칼은 독일을 따라가는 데에 급급했습니다. 후반의 굳히기 전략은 만약 실패했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성공했으니 넘어가도록 하죠. 이탈리아에 비해 포르투칼의 역습이 훨씬 위력적이기 때문에 반 바스텐처럼 공격을 강화하는 도박적인 전략을 사용하기는 조금 어려웠을 것 같네요.

  독일 선수들도 좋은 경기를 보여줬지만,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어놓았을 뿐입니다. 4강전에서는 크로아티아 vs 터키 전의 승자와 맞붙게 되는데, 크로아티아가 올라올 경우 저번의 완패를 어떻게 만회할지 궁금하네요. 그 외에도 슈바인슈타이거(감독을 제외한다면 MOM을 받을 만합니다), (드디어 부활한) 발락, 포돌스키, 람, 롤페스 등을 칭찬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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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이 이 경기에서 얻은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자신감의 회복이구요. 두 번째는 골 루트의 다각화입니다. 조별 예선에서 부진했던 슈바인스타이거의 폼도 좋아보이고 클로제도 첫 골을 기록했네요. 포돌스키에게만 집중되었던 골 루트가 다각화되면서 상대팀의 입장에서도 수비하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골은 못 넣었지만 간간히 나온 포돌스키의 슛도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뽐내더군요.

 

 이제 좀 자야겠습니다. 움하~ 유로가 사람들 잠을 못자게 하네요. ㅋ 오늘 내내 졸음 참느라 다들 좀 힘들겠습니다, 허허.



ps. 아주 간만에 보는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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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줄 알았더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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