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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6 에어컨 없이 여름 나기! 17

에어컨 없이 여름 나기!

 
  "덥다... 더운데, 이거..! 더워... 정말 덥다... 더워~~ 덥다..!"
 
  록과 밴드를 다룬 BECK 이라는 애니에서 내가 좋아하는 한 장면을 패러디해봤다. (사실 나의 진심이다.) BECK에서 주인공이 속한 밴드는 그레이트풀한 공연을 하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해체된다. 그리고 눈이 폭폭 내리는 한겨울, 단짝 친구 겸 드러머와 마지막으로 노닥거리며 밤을 새고 헤어지는 길, 그를 배웅을 해주는 장면이다. (그러므로 "덥다, 더워"가 아니라 "춥다, 추워"로 바꿔서 읽어주면 정확하다.) 추위, 이별의 슬픔, 애잔함, 따뜻함, 눈길 위의 발자국 등이 차례로 떠오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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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되게 멋진 장면인데, 내가 추운 겨울과 거기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좋아해서 그런지 역시 여름은 패러디를 하든 뭘 하든 흥이 안난다. 난 여름이 너무 싫다. 나를 푹푹 누르는 더위와 등에 쩍쩍 달라붙는 티셔츠, 활개치는 벌레들과 유독 심해지는 악취, 사람들이 붐비는 버스와 잠못드는 열대야까지... 좋아할 만한 구석이 없다. 여름 노래들은 어찌 그렇게 다 복사판처럼 똑같아서, 시원하기는 개뿔 답답하게만 만드는지. 펜터치 같은 가을 바람을 맞으며 뮤즈와 넬을 즐기는 일은 나를 부풀게 하는데...

  뭐 어쨌든 여름이 싫다는 게 본론은 아니고, 그나마 이 여름을 견디게 해줄 에어컨과 나는 얼마 전 헤어졌다. BECK의 코유키가 사쿠와 이별한 것처럼...

  "잘 있어, 에어컨!"

  처음에는 아는 여자가 '올해는 에어컨을 쓰지 않고 여름을 나겠어~' 라는 다짐을 하길래 '이거구나!' 싶어서 나도 동참했다. 이유는 많다. 잘 살던 집이 반으로 딱 갈라져 이산 가족이 될지도 모를 수많은 북극곰도 살리고, 지구 구멍 뚫리는 것도 막고.. 호흡기가 안 좋아서 에어컨 들면 평소에도 콧물, 재채기가 심하기도 했고, 에어컨 청소하기도 귀찮고, 저번에 바퀴벌레가 에어컨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경악했기도 했고.. 뭐 어찌됐건 '덥다'는 점만 빼고는 긍정적이지 않을까 싶어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다.

  일단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사무실에 있으니 가장 더운 때는 방에 있지 않아 괜찮았다. 그런데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고,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면.. 컴퓨터와 선풍기, 냉장고의 열기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덮쳐 온다. 게다가 내 방은 어찌나 바람이 안 통하는지.. 보통 7~8월의 한 여름에는 아침, 저녁으로 내 방이 바깥보다 더 덥다.  (얼마 전에 안 사실이지만 그럴 때는 오히려 창문을 닫으면 덜 덥다. -_-... 열기가 덜 들어와서.)
 
  그래도 평일 저녁은 어찌어찌 참겠는데, 주말은 장난 없다. 더워서 바깥에 나가기 싫다고 집 안에 있으면 정말 미칠 지경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너무 더워서 한탄하고자.. ㅠㅠ) 에어컨을 청소하고 틀어버릴까 유혹에 빠진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어쩌다 에어컨이 팡팡 나오는 친구 방에 갔을 땐 극락이 따로 없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천국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그리고 지옥이 있다면 내 방이 아닐까...




  그래도 어찌저찌 더위를 이길.. 아니 이기지는 못하고.. 좀 덜 더울 방법이 몇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선풍기를 두 개 이상 돌리는 방법이었다. 나도 친구 선풍기를 빌려서 두 개까지만 돌려봤지만 아마 세 개 쯤 돌아가면 에어컨이 없어도 '바람의 천국 하일성'을 구축할 듯 하다. 두 번째는 오늘 써본 건데 대야에 차가운 물을 받아서 발을 담그면, 아~주 괜찮은 효과를 발휘한다. '선풍기 2개 + 냉수대야' 조합이면 에어컨의 공백을 상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차가운 물로도 가능한 족욕기가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고..

  여튼 이래저래 신념과 현실 간에 갈등을 극복해가며, 이제 8월도 절반만 남았다. 8월만 잘 버티면 '에어컨 없이 여름 나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겠지?! 선구자 역할을 했던 아는 여자는 가족들의 방문으로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럼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내가 최초로 성공한 셈이다!! ㅋㅋ

  뭐 어찌됐든... 덥다... ㅠㅠ 에어컨 없이 효과적으로 더위를 물리칠 방법을 아시는 분들은 좀 가르쳐주시길. 굽신굽신..

  ps. 더위를 이기는 방법을 이 글을 쓰면서 하나 더 알았는데, 바로 겨울 이미지들을 보는 것!


              
         



                    무럭무럭 커, 북극곰들아. 그래야 콜라 CF도 들어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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