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공놀이'에 해당되는 글 7

  1. 2009.12.20 십오야(十五夜) 6
  2. 2009.08.10 Jack Wilshere, 가장 거대한 재능 6
  3. 2009.05.06 졌다. 8
  4. 2009.02.04 기쁘다 샤빙님 오셨네~! 10
  5. 2008.06.22 [유로 2008] 8강전 - 네덜란드 vs 러시아 Review 8

십오야(十五夜)



우리 나슬 횽은 잘생겼듬. ㅇㅇ



●█▄█▀ 아이고 배야




말해봐, 얼마면 되냐고! 얼마면 나도 고쳐주냐고!!

(결국, 나슬이를 시기하던 은별이는 얼굴을 고치게 되는데... 결과는 경기 후에 발표!)




근데 스리횽, 이 공 있잖아...




내가 차도 돼? *-_-*



응, 귀래.



찬다!








적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십오야(十五夜) 밝은 둥근달이 둥실둥실 떠오면~



설레이는 마음 아가씨 마음 울렁울렁울렁 거리네~



하모니카 소리 저 소리 삼돌이가 부르는 사랑의 노래~



떡방아 찧는 소리 저 소리 울렁울렁 이쁜이 마음~












별첨) 은별이의 성형 스토리 ^ㅡ^


before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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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ㅋ망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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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Wilshere, 가장 거대한 재능

 



1. 프로필[각주:1]

- 이름 : Jack Wilshere, 잭 셔 (셔가 아님에 주의!)
- 국적 : 잉글랜드
- 생일 : 1992년 1월 1일
- 포지션 : 좌우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쉐도우 스트라이커
- 백넘버 : 19
- 입단 날짜 : 2001년 10월 1일 (입단 날짜로는 1군 중에서 가장 선배뻘)
- 1군 데뷔 : 프리미어 리그 vs 블랙번 로버스 전 (A), 2008년 9월 13일, 4-0 승리.
- 1군 데뷔골 : 칼링컵 쉐필드 유나이티드 전 (H) 2008년 9월 23일, 6-0 승리.


2. 키작은 꼬마의 퍼스트 터치


   아스날 감독에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벵거는 리그 라이벌인 맨유, 리버풀에 비해서 빈약한 재정으로 팀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스카우팅 시스템과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용병술을 발판으로 작가주의적 "발굴과 갱생" 시리즈를 선보였고, EPL과 전유럽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러한 시리즈는 많은 팀들에게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주었고 아스날 고유의 아름다운 축구를 가능케했다. 하지만 거지는 흥해도 3년 안에 망한다고... 맨유, 리버풀과는 격이 다른 '졸부' 첼시의 등장, 무리한 에메레이츠 스타디움 건설, 라이벌 팀들의 빠른 벤치마킹, 무패 멤버들의 이탈이 연이어 이루어지면서 아스날은 5년째 무관을 경험하는 중이다. 현재 네이버 어중이 떠중이들에게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리그 5위라니!! 5위라니!!) 지난 시즌 빌라, 에버튼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심지어 '리얼 부'를 보여주겠다던 맨시티까지 빅4 자리를 넘보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원래는 안 이랬는데... ㅠㅠ)


  여튼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래도 부귀 누리고 싶으면 자식 농사를 잘 해야 된다고, 벵거는 유스 정책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사비, 이니에스타, 메시, 보얀 등을 길러낸, 유럽 최고의 유스 시스템을 자랑하는 바르샤를 벤치마킹하여, 내조 담당 Steve Bould 유스 코치와 함께 자식들의 조기 교육에 들어가기 시작하니...

  잭 윌셔는 U-16, U-18, 리저브, 1군까지 차근차근 테크를 타고 있는, 바로 그 아스날 유스의 첫 결과물이다.





3. 스페인에 대한 세스크의 대답.. 이 아니구나... 스페인의 세스크에 대한 잉글랜드의 대답.


  14살의 나이에 U-16 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윌셔는 벵거가 므흣한 웃음을 연발할 정도로 몹시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U-18 팀과 리저브 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08/09 프리 시즌에 드디어 아스날 팬들에게 용안을 드러내셨다.
 
  여러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매치 핏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프리시즌 성격 상 윌셔는 1군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조금 부여 받았는데, 그 때마다 훌륭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08/09 시즌의 우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스날 팬들이 정신 못 차리고 하악하악 거리게 만든, 아주 인상적인 데뷔였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살가도를 단 한 번의 터치로 제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꼬꼬마의 포스는 여타 유망주들의 그것을 훨씬 상회하여, 이 시기부터 잉글랜드와 전세계의 조명을 받기 시작한다.

  아스날의 꼬꼬마들이 다 그렇듯 리그 경기보다 칼링컵과 FA컵에서 출장 기회를 잡았던 윌셔는 램지, 벨라 등의 다른 꼬꼬마들과 함께 쉐필드를 6대0, 위건을 3대0으로 격파하는 등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갔다. 물론 1군 출전 기회도 있었다. 2008년 9월 13일, 16세 256일의 나이로 1군 경기에 처녀 출장하여 세스크가 갖고 있던 아스날 최연소 리그 데뷔 기록(17세 103일)과 1953년에 게리 워드가 세운 프리미어리그 최연소 리그 데뷔 기록(16세 321일)을 경신했다.


                              "우리 팀에 놀러왔던 베컴 횽과 함께!"


 지금부터는 사과를 좀 해야겠다. 부와 명예와 미인을 모두 거머쥘 축구 스타기 되기 위해 땀방울 블링블링 열심히 연습하고, 청운의 꿈을 가지고 유소년 리그에 출전했을 다른 EPL 팀 유스 선수들에게... 아니, 이미 1군에 데뷔하고 위건 같은 팀도 바르는 애를 어떻게 또 유스 리그에 출장시키냐고.. ㅠㅠ 18살도 안돼서 인생의 쓴맛신맛씨레기맛을 다 경험했을 다른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그 이후, 칼링컵도 떨어지고 시즌 막판 순위 경쟁에 정신없는 아스날에 윌셔의 출장 기회가 있을리 만무했고, 실망한 윌셔는 유스 리그와 FA 유스컵을 우ㅋ걱ㅋ우ㅋㅋ걱ㅋㅋㅋ 잡아드셨다. 아스날 U-18 팀은 EPL에서 내로라하는 유스 팀을 보유한 맨시티, 리버풀, 토트넘, 빌라 등을 FA 유스컵에서 모두 쳐바르며 명실상부한 유스 최강이 되었다. (사실 이때 윌셔 말고도 많은 유스 선수들이 잘해줬기에 우승을 할 수 있었고, 벵거의 자식 농사가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벵거가 처음 유스를 육성하기 시작할 때 14~16살이었던 선수들이 현재 이 팀의 주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리저브팀에서 머물며 1군 테스트를 고대하고 있다.)

  08/09 시즌에 새 역사도 쓰고 유스 전교 1등도 쳐묵쳐묵한 윌셔는 09/10 프리 시즌이 되어 다시 핫 이슈가 되었다. "생각없이 늘 내가 내가 하는 패스~♪ 내 맘대로 또 자꾸 자꾸 하는 슛~ 아무렇게나 살짝 살짝 드리블~♬" .... 미쳤다. (그래 나 윌셔 빠다.) 센세이셔널했던 1년 전보다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에메레이츠 컵에서 AT 마드리드, 레인져스를 맞아 또 2경기 다 MOM 쳐묵쳐묵. MVP에 해당하는 "토너먼트의 선수"는 아르샤빈이 받아서 살짝 의아했지만(횽도 최고ㅠb), 윌셔는 그 2경기의 활약상으로 카펠로의 눈에도 들어와(아니, 이미 카펠로는 윌셔를 보러 경기장에 와 있었다...), 잉글랜드 국대 콜업까지 거론되고 있다.

  요 정도가 지금까지 윌셔의 활약상, 커리어, 성적표 쯤 된다.


4. 그리고 루니. (응?)


                    위 사진은 글쓴이의 악의가 전혀 담기지 않았으며, 
     잉글랜드 언론 "The Sun"에 게재된 사진을 그대로 옮겼음을 밝히는 바임.[각주:2]


  아스날 빠돌이, 윌셔 빠돌이가 분명해 보이는 글쓴이가 갑자기 루니를 언급해 의아하시겠지만, 사실이다. (뭐가?) 루니는 밀레니엄 이후 잉글랜드 최고의 재능이며, 쩐이 딸려 영입하지 못했을 뿐 벵거도 매우 눈독 들였던 바 있다. 그랬던 벵거가 윌셔에게서 루니의 향기를 맡았다고 한다.[각주:3] 윌셔가 정말 제 2의 루니, 혹은 그를 능가하는 월드 클래스가 될 수 있을까?

  윌셔의 성공은 단지 윌셔빠의 쾌락만을 담보하지 않는다. 프렌치 커넥션 때문에 자국 선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잉글 언론의 천대를 받던 아스날이 로컬 유스들을 속속 키워내면서 잉글랜드화되고 있고, 그 첫 작품이 바로 윌셔다. 로컬 유스들의 성공은 언론의 호감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팀 멘탈도 창출해낸다. 로컬들은 웬만해선 팀을 떠나지 않는다. 아데바요르처럼 변덕이 심한 아프리칸, 세스크처럼 언젠가는 자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타국 선수가 주축을 이루는 아스날보다 맨유가 더 안정적인 스쿼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게다가 윌셔의 성공에 드는 비용은 맨유가 루니에 지불했던 수천만 파운드에 비하면 공짜나 다름없다. 리얼부 운운, 이브라 어쩌고 하는 Money 리그의 치열한 틈바구니에서 유스 선수로 수천만 파운드의 가치를 창출해낸다면, 재정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인 아스날에겐 아주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뭐, 아스날이 윌셔를 만들어낸 게 아니라 윌셔가 아스날에 온 거라는 말도 많다. 벵거가 잘 키웠다기 보다는 그냥 운이 좋았다, 복 받았다는 말. 하지만 레알과 바르샤의 예를 보면 세공사에 따라 원석은 돌도 되고 보석도 된다.)

  윌셔의 미래가 100% 장밋빛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윌셔의 성공은 아스날에게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다른 팀과 차별화된 생존 방식을 택한 아스날의 원대한 항로에서 살아남느냐, 뒤집히느냐를 결정할 조타수의 임무가 17살짜리 천재 꼬꼬마에게 주어졌다.


                                            쓰읍....



* 별첨) 잭 윌셔 SWOT 분석

- Strength
 : 천재적인 드리블링. 윌셔는 공을 가지고 달리는 재능을 타고 났다. 메시나 로벤처럼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를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지단이나 델피에로에게서 보이는 천재적인 타이밍 감각을 가지고 상대방 수비수가 근접하기조차 어려운 드리블을 구사한다. 수비수가 몸으로 비비면 밀릴 수 밖에 없는 윌셔가 살아남은 비결.

 : 패스와 슛도 수준급. 벵거는 아스날 유스 선수들에 대해 인터뷰하며 '이미 테크닉은 완성된 선수들이 더러 있다'고 했었는데, 윌셔는 그 중에서도 최고이다. 1군 선수들과 비교해도 이미 최고급의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 냉철하고 창의적인 축구 지능과 안정적 멘탈. 일찍부터 피지컬 뿐만 아니라 축구 지능과 멘탈을 완성했기 때문에 루니는 잉글랜드 최고의 재능이 될 수 있었다. 게임과 전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 패싱 루트를 순식간에 찾아내는 순발력과 창의성,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냉철함과 자신감, 잇따른 성공과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도 들뜨지 않는 평정심. 윌셔는 17세의 나이에 이 모든 걸 갖추었다.

 : 귀여운 페이스. ㅇㅇ

                         에메레이츠컵 레인져스전이 끝나고 좋아 죽는 윌셔

- Weakness
 : 약한 피지컬. 170cm 의 키에 비해 몸싸움이 많이 약한 편은 아니다. 무게 중심이 낮게 잡혀있고 밸런스도 좋은 편이라서 밀면 넘어질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EPL은 거친 몸싸움으로 유명한 리그. 아무리 기술이 좋더라도 몸싸움에서 상대방을 이겨내지 못하면 볼키핑 자체가 힘들어진다. 자신이 롤 모델이라고 여기는 메시의 생존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체력은 괜찮은 편이다. 이틀 연속 벌어진 에메레이츠컵 경기에서 첫 게임은 후반전, 두 번째 게임은 풀타임으로 뛰면서도 끝까지 줄기차게 뛰어다녔다.)
 : 몇 분 간 생각해봤는데, 이거 말고는 약점이 없다...

- Opportunity
 : 아스날은 젊은 피에 관대한 클럽이다. 게다가 윌셔는 벵거의 플랜 한 가운데에 위치할 가능성이 크고,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점점 1군 경기 출장수를 늘려갈 것이다. 벵거가 젊은 선수를 육성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라는 점 역시 윌셔의 장래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 잉글랜드는 테크니션에 목말라있다. 킥&러쉬로 대표되던 과거 잉글랜드 축구의 유산은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쳐서, 윙어의 자리에서 기술적으로 상대편 수비를 압도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조콜이 어린 시절부터 큰 기대를 모았으나 그 성장세는 실망적이다. 빌라의 애쉴리 영이 그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윌셔도 몇 년 뒤에는 노려봄직하다. 팀 선배인 월콧도 벌써 라이트 윙어의 주전 자리를 넘보고 있으니 말이다.
  선수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카펠로가 급히 국대에 올릴 것 같지는 않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잉글 국대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에는 세대 교체의 일환으로 윌셔가 뽑힐 가능성이 있다. 윌셔는 현재 잉글 국대 3군에 해당하는 'Outsiders' 리스트에 오웬, 아그봉라허, 깁스 등과 같이 올라가 있으며[각주:4], 얼마 전에 U-20 대표팀에 발탁되어 U-20 월드컵에 참가할 예정이다.
  (성장을 과도하게 부추기는 것도 좋지 않지만 월드컵이라는 대회가 선수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기에 2010 월드컵에 이르게 참가하게 되더라도, 긍정적이라 예상한다.)


                           잉글랜드 U-18 대표팀에서 10번을 달았던 윌셔

- Threat
 : 잉글랜드 언론의 과도한 관심은 선수에게 '항상' 좋지 않다. (아, 벤트너라면 그 반대일지도..) 조콜 역시 뛰어난 기술로 어릴 때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과도한 스포트라이트를 견디지 못하고 자기 관리에 실패하며 주위의 기대 만큼 성장하지는 못했다. 루니의 경우에는 평정심을 가지고 잘 헤쳐 나갔는데, 벵거가 윌셔도 비슷한 멘탈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듯이 윌셔도 잘 대처하리라 믿는다.

 : EPL이 피지컬적으로 거친 리그라는 점은 윌셔같은 테크니션에게 악재다. 잉글랜드 선수 중에 테크니션이 별로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메시가 활약하는 라 리가보다 더 빠른 공수 전환 속도와 더 강한 압박에서 윌셔는 살아남아야 한다. 압박 수비에 허둥지둥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피지컬적인 강인함이 동반되지 않으면 EPL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 윌셔는 현재 속한 팀 사정에 따라 좌우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 쉐도우 스트라이커 등의 포지션을 오가며 출전한다. 벵거는 윌셔를 장기적으로 베르캄프와 같은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키우고자 한다는 의견을 밝힌 적 있다. 현재는 다양한 포지션에서 일종의 '경험치'를 쌓고 있는데, 이 기간이 길어지면 윌셔의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재다능하게 여러 포지션의 역할을 수행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포지션에서 그 포지션의 고유한 움직임과 느낌을 체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넥스트 오웬이 되고 싶었지만 현재는 몇 년 째 윙어로 빠져 있는 월콧의 경우, 언제 톱의 자리로 올라갈지 알 수 없다. 몇 년 동안 공백기를 가진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잘 수행할지도 미지수다. 마찬가지로 윌셔도 1~2년 안에는 한 포지션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본다. 현재 팀의 사정이나 윌셔의 특성으로 봤을 때 윙어로 출전시켜서 리그에 적응시킬 가능성이 높은데,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키우고 싶다면 처음부터 그 자리에서 출전시키는 것도 어떨까 싶다.



* 별첨2) Jack Wilshere Compilation


- 09.08.02 에메레이츠컵, Jack Wilshere vs 레인저스





- 09.08.01 에메레이츠컵, Jack Wilshere vs AT 마드리드




- 0809 시즌 vs 스토크 시티 리저브 팀, 어메이징 아웃사이드 슛




- 0809 시즌 Jack Wilshere 스페셜





  1. 국적과 포지션은 본인이 썼고, 그 외의 항목은 아스날 공식 홈 페이지에서 퍼왔음. [본문으로]
  2. http://www.thesun.co.uk/sol/homepage/sport/top10s/2455606/Top-10-football-lookalikes.html?offset=0 [본문으로]
  3. http://www.arsenal.com/news/news-archive/wenger-wilshere-is-reminiscent-of-rooney [본문으로]
  4. http://www.telegraph.co.uk/sport/football/international/england/5990489/Fabio-Capello-keeps-England-spotlight-on-young-Arsenal-player-Jack-Wilshere.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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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다.




졌다.



그리고 세계는 멸망했다.





ps. 버금님... 버금님이 말씀하신 '그림 잘 그리는 법' 대로 머리 속으로 먼저 상상하고 그대로 그렸습니다? 잘 그린 거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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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다 샤빙님 오셨네~!







    한 달 내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르샤빈님이 오셨다. ㅠㅠ

    거상 벵거와 거상을 따라하려는 잡상 제니트, 그리고 그 사이에 껴서 이도저도 못하고 결국은 자기 돈 몇십억 날려버린 아르샤빈. 이적료는 비공개지만, 아르샤빈이 본인 부담하는 금액을 포함해서 16.5M 유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급도 제니트에서 받던 수준에서 대폭 삭감하여 세후 50,000 파운드 정도에 완료되었다고 한다. 백넘버는 23번. 흘렙의 더러운 13번을 이어받지 않아 조금 다행? ㅋㅋ

    뭐 이런 건 원래 내 관심 밖이고, 아스날에 오고 싶어서 자신의 주급을 삭감하고 이적료의 일부를 자신이 내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왔다는 그 충정! (제니트에게는 충정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ㅋㅋ 관심없음) 아무튼 아르샤빈 완소다! ㅋㅋㅋ

    난 원래 '불'같은 선수들을 좋아한다. 경기에서 자신을 불사지르고 열정적으로 게임에 임하는. 사실 플라미니가 밀란으로 가고 세스크의 체력이 너덜너덜해졌을 무렵부터 아스날에는 그런 선수가 없었다. 한 팀에 그런 선수들이 적어도 한둘은 있어야 하는데. 그러나, 드디어 아스날표 불꽃 남자 아르샤빈이 왔으니!! 아르샤빈은 진짜 좀 짱이다. 아르샤빈이 경기와 시즌에 자신의 힘을 모두 쏟아버리는 타입이라, 너무 쉽게 쇠락하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이니!

    아르샤빈은 과거 융베리의 스타일과 흡사하나 테크닉은 그 이상으로 보인다. 피레스의 헤어스타일을 한 융베리랄까. (아, 이건 좀 토쏠린다.) 공격을 제외하곤 수비와 미들이 모두 붕괴된 아스날에 진짜 가뭄에 단비 같은 아르샤빈. 아르샤빈이 합류함으로써 에버튼에게조차 캐발리던 미들 장악력이 조금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미들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선 압박하고 태클하는 거친 중앙 미들이 있는게 효과적이지만, 아스날엔 없으므로(!!) 이런 파괴적인 윙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볼 소유시에는 공격을 매끄럽게 진행시킬 수 있고 볼을 소유하지 못할 시에는 역습의 파괴력을 더할 수 있다.

    조금 우려가 있다면, 아르샤빈의 본 포지션은 포워드에 가까운 세컨탑 혹은 윙포워드이기 때문에 아스날의 측면 미들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물론 아르샤빈은 '정력왕' 스타일 이기 때문에 수비도 죽어라 열심히 할 게 분명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수비력과 미들진의 밸런스에 의문이 간다. 그래도 이번 겨울에 아르샤빈보다 뛰어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매물은 전 포지션을 통틀어 전무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이적! 다른 이적생들에 비해 거의 월등한 포스를 자랑하는 아르샤빈이다. ㅋㅋ





    아르샤빈까지 온 판국에 가장 이상적인 포메이션은 4-3-3 혹은 4-5-1인 듯 하다.

--------------갓---------------
----샤빙----------로빈---------
------------슬희---------------
---------닐손-----송----------
-------------포백-------------
-------------무냐-------------

    요런 식으로 서주는 게 현재 아스날에는 가장 이상적이다. 로빈은 새컨탑과 윙포의 중간적 위치에서 프리롤로 움직여주고(사실 4-4-2를 쓰는 요즘에도 이 정도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요즘 버전에서 갓과 로빈이 측면으로 빠져주는 빈도를 늘인다면 위의 포메이션의 활용법이 되겠다.) 아르샤빈은 전형적인 윙포 스타일로 움직여주면 파괴적인 쓰리톱이 구성된다. 거기에 안그래도 후달리는 우리 미들진과 공미 위치에 서면 날아다니는 슬희를 고려해서 3미들을 구성해주면 된다. 닐손과 송은 같이 수비와 공격 지원을 전담해주면서, 측면의 클리쉬와 사냐가 가질 부담을 덜어주면 된다. 이런 포메이션을 쓰면, 앞으로 복귀할 세스크, 로사, 두두, 월콧, 디아비 등도 충분히 자신의 원래 포지션(!!)에서 공존할 수 있다. 월콧이 아르샤빈과 로테이션, 로사와 디아비가 나스리와 로테이션, 세스크가 데닐손과 로테이션, 벨라와 두두가 로빈과 로테이션, 벤트너가 갓과 로테이션 해주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4-4-2 광신도 벵거. 아르샤빈을 턱하니 측면 미드필더로 써먹을 게 십중 팔구다. ㅠㅠ 디아비 부상으로 인해 이번 북런던더비도 눈물의 닌텐도DS라인 확정!!

    어쨌든 반갑다, 아르샤빈!!!! 내가 유로2008 네덜란드vs러시아전 보면서 하악대던 게 자꾸 생각난다. ㅠㅠ 이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바로 그 경기! 그때 아르샤빈이 아스날에 오는 꿈만 꾸고, 그냥 바로 포기했던 생각이 나는데. 진짜 오다니. 08/09시즌 최악의 부진이 이렇게 약이 될지 몰랐다.

    이제 반전만 남았다. 맨유의 기세를 보면 사실 3연패는 따논 당상으로 보인다. 맨유가 한 경기를 덜 치루고도 아스날과 10점 차이. 일단 우승은 물건너 갔고, 이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일만 남았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빌라 따위는, 쳇. 2~4위로 마치더라도 후반기에서 멋진 경기를 보여준다면 구너도 전반기의 똥같은 경기를 관람한 보상을 받겠고, (몇 년째 계속되는 일이긴 하지만ㅠ) 09/10 시즌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샤빈, 진짜 내 스타일이다!! (실제로 에펨하면 뭔팀을 하든 아르샤빈부터 사놓고 보는.) 아스날 이적 후 첫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을 하랬더니...

Trust me, and Trust Arsenal.


    야, 이렇게 초장부터 멋있어도 되냐....이번 시즌은 너만 믿고 간다!!!


    덧) 50% 세일이라는 아르샤빈 어웨이 레플. ㅋㅋㅋㅋㅋ 이거 질러야 하나. ㅋㅋㅋㅋ





[유로 2008] 8강전 - 네덜란드 vs 러시아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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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6월 22일, 8강전 세 번째 경기가 있었습니다. 유로 대회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네덜란드와 국가대표팀만 맡았다하면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는 히딩크가 이끄는 러시아의 매치업입니다.

  라인업부터 보면 네덜란드는 이전의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4-2-3-1을 들고 나왔습니다. 부상 후 폼이 회복된 것 같았던 로벤(11)-반 페르시(7) 듀오를 여전히 서브 명단에 두었네요. 반니 아래에 3의 위치에 있는 슈나이더(10)-반더바르트(23)-카윗(18)의 경기력을 여전히 신뢰하는 것 같군요. 앙헬라르(8)와 데용(17)은 말할 나위 없는 이번 대회 최고의 미드필더 듀오구요.

  러시아 역시 늘 사용하던 4-1-3-2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조별 예선 2경기를 쉰 후에 마지막 경기에 나왔었던 아르샤빈(10)이 포인트입니다. 중앙에서 경기 흐름을 자유자재로 가져가며 러시아의 공격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원톱인 파블류첸코(10)의 넓은 활동범위가 여기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어 줬구요. 양쪽 풀백인 지르코프(18)와 아뉴코프(22)가 한국에서의 이영표-송종국 듀오처럼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하며 양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오버래핑을 하는 점도 러시아 공격의 좋은 점입니다.

  이번 경기는 '창'과 '창'의 대결입니다. 즉, 키포인트는 '누가 더 상대방의 공격을 잘 막아내느냐' 하는 점입니다. 네덜란드의 공격력이야 정평이 나 있고, 러시아의 경우에는 사실 조별예선동안 그렇게 많은 득점을 하지 못했지만, 아르샤빈이 합류한 뒤에 스웨덴 전서 보여준 모습은 확실히 '창'의 모습입니다. 경기 결과가 5대0이어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죠.

  그렇기 때문에 네덜란드의 승리를 살짝 점쳐봅니다. 로로 형제 대신 수비력이 뛰어난 카윗을 여전히 선발로 내세운 걸 보면 반 바스텐 역시 공수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수비진이 그렇게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데용과 앙헬라르의 커버링과 컷팅 능력이 워낙에 탁월해서 수비력 역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든든한 '늘푸른나무' 반데사르의 존재도 거기에 한 몫 하고 있구요. (승부차기로 가더라도 네덜란드가 더 유리한 점이 이 사람 때문이죠.)

  러시아의 느린 수비진은 4명의 네덜란드 공격진을 막기에 조금 버거워 보이네요. 특히 더 큰 문제는 네덜란드에겐 월드 클래스 급의 히든 카드가 2장이나 있다는 점입니다. 체력이 떨어진 시점에 투입되는 로벤과 반 페르시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네덜란드의 '새컨 윈드'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러시아는 백전백패입니다.

 그렇기 떄문에 히동구 씨의 '매직'이 어떤 시점에 어떻게 발휘될지 궁금해지는 거죠! 반 바스텐과 히딩크의 용병술 대결을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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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시작되고 전반 초반은 '탐색전'에 가까웠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위에서 말한대로 '상대방의 창을 어떻게 막느냐'에 이 경기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섣불리 앞으로 나가는 순간 상대방의 윙 또는 윙백이 무한도전에 굴러들어온 전스틴처럼 언제 자기 자리에 치고 들어와있을지 모르는 법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체력전'에 대비한 것입니다. 몇 일 쉬지 못하고 계속되는 토너먼트의 속성, 그리고 어제 있었던 크로아티아와 터키의 경기를 보면 후반, 연장, 다음 경기를 차례로 연상할 수 밖에 없겠죠. 조별 예선 3차전에 주전을 상당수 쉬게 했고 광속의 히든카드를 두 장이나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로서는 초반에 좀 밀어붙이는 것도 좋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만..

  하지만 또 무작정 밀어붙이기에는 러시아의 수비가 완강했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전에서의 네덜란드 골 장면을 보면 대부분이 역습 장면입니다.  러시아가 섣불리 앞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공격력을 어느 정도 감소시켜 놓고 맞붙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힘으로 매직을 만들 수 있는 로벤 옹의 경우도 아직은 벤치를 달구고 있구요. 그래서 무리하게 치고 올라가기보다는 경기 흐름을 완만히 조절하는 느낌입니다. '어떤 팀의 공격 수위를 보려면 풀백의 움직임을 보라!'라는 말이 있듯이, 러시아 풀백이 뛰쳐 나오는 순간 러시아는 감춰둔 발톱을 드러낼 것입니다. 이는 '상록수 2호' 빈 브롱코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도 마찬가지구요.


  전반 중반에도 간간히 위협적인 장면은 있었지만 양쪽 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오히려 네덜란드보다는 러시아의 페이스였습니다. 압박 수비를 통해 네덜란드의 원활한 볼 배급을 방해하면서 좌우에서 간간히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서 네덜란드 골문을 위협했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29분경에 있었던 세트 플레이에서 발만 갖다대면 골을 넣을 수 있었는데 한발 차가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몇 분뒤에 아르샤빈이 놀라운 개인기로 거기에 응수했습니다. 역습 상황에서 수비수를 앞에 두고 상체를 흔들다가 슈팅을 날렸는데요. 반 데사르가 손 끝으로 아슬아슬하게 정말 잘 막았습니다. 허접한 골리였다면 골이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곧 이은 코너킥에서는 수비수 콜로딘(8)의 중거리슛이 반 데사르의 선방에 막혔습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듯이 콜로딘 선수가 그 다음 상황에서 또 다시 중거리슛을 날렸는데 살짝 빗나갔습니다. 놀라운 슈팅력입니다!


  히딩크는 강팀과의 대결을 앞두고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한국도, 호주도, 러시아도 강팀을 만나 평소보다 100% 이상의 경기력을 보인다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어쩌100%를 다 끌어낸다는 게 맞는 표현이네요. 러시아가 분위기를 잡기 시작하자 슬슬 자신의 발톱을 드러냅니다. 윙백의 공격가담이 계속 이어지면서 네덜란드를 압박해갔습니다. 이러다 네덜란드한테 한 번에 당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더군요.

  34분경에는 네덜란드의 반니 선수가 수비수 3명을 턴 하나로 벗겨내고 좋은 슈팅을 날렸는데 GK 아킨피브(1) 선수가 잘 막아냈습니다. 세컨볼이 쇄도하던 네덜란드 선수(반 데 바르트로 보였습니다)에게 떨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습니다. 아킨피브 선수는 반사신경이 뛰어나기보다는 위치 선정이 좋고 쇄도 타이밍을 잘 잡는 GK 지능이 좋은 선수입니다.

  네덜란드는 세트 피스 상황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몇 번 연출했지만 큰 소득이 없었습니다. '아, 골인가?!' 싶은 플레이였지만 오히려 슈팅으로도 연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준비해온 것을 계속해서 아깝게 실패한 거죠. 포르투칼 전에서의 독일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러시아 수비수가 실수를 가끔씩 했는데 이것들을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상황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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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3-1의 포메이션으로 세트 오펜스를 성공시키려면 양쪽의 윙이 개인기로 수비수를 벗겨내거나 3과 1이 쉴새없이 연계하며 상대 수비진의 수비 조직을 허물어버려야 합니다. (거칠게 대입해서 비교해보면) 전자는 잘 나갈 때의 첼시, 바르샤와 가깝고 후자는 맨유, 아스날과 가깝습니다. (생각해보니 바르샤가 잘 나갈 때는 둘 다 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ㅅ-) 그러나 이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양 날개인 슈나이더와 카윗은 전문 윙어가 아닌 탓에 상대방 수비를 개인기만으로 벗겨내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미드필더들이 수비와의 간격을 촘촘히 둔 채 두텁게 배치하면서 네덜란드 3-1 간의 연계 플레이도 이루어지기 어려웠습니다. 반 니스텔루이(이렇게 풀네임으로 말하는 게 어색하네요, 허허)가 자주자주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고 들어가는 것도 어떻게 공간을 좀 꾸며보려고 하는 건데 별 소득이 없었죠. 전반전만 놓고 보면, 네덜란드가 골을 넣을 수 있는 가장 확률이 높은 상황은 러시아 포백이 (전반전에 가끔 그랬던 것처럼) 정신줄을 잠시 놓은 틈을 타 한 골 줍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소 지루한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어느 정도 히딩크의 의도대로 경기가 진행된 양상입니다. 다만 러시아의 역습도 그리 날카롭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경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쪽은 네덜란드입니다. 개인적으로 앙헬라르와 데용 중에 한 선수를 포기하고 로벤이나 반 페르시를 투입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러시아의 공세가 그리 두드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홀딩을 둘이나 둘 필요가 없으니까요. 반 바스텐도 아마 염두에 두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변화를 주는 건 이 경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에 히딩크가 어떤 카드를 준비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네덜란드의 히든카드는 진정한 의미의 'Hidden'이 아니라면, 히딩크의 카드야말로 진정한 'Hidden' 카드입니다. 히딩크가 푸틴의 후계자가 될지, 오렌지의 애국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후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상대로 (저의 완소 플레이어♡) 반 페르시(7)가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또 예상과는 다르게 중앙 미드필더가 아니라 오른쪽 윙이었던 카윗이 아웃됐습니다. 교체 타이밍이 이른 만큼 공수 밸런스를 크게 바꿀 수는 없었나보네요. 여기서 오른발잡이 슈나이더를 왼쪽, 왼발잡이 반 페르시를 오른쪽에 두었다는 것은 양 날개의 목적이 중앙과의 연계, 그리고 슈팅에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왼발잡이가 왼쪽에 있는 것보다 오른쪽에 있을 경우 다양한 자세와 각도로 슈팅을 할 수 있게 되죠. 로벤이 아니라 반 페르시를 넣은 것도 3-1 간의 연계 플레이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점 때문입니다. 로벤이 클래식 윙어에 가깝다면, 반 페르시는 윙이지만 쉐도우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이면서 반니와 포스트에 위치할 수도 있고 미드필더로 내려와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시작되자마자 반 페르시가 위협적인 슈팅을 기록했습니다. 역시나 오른쪽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앙에 와서 패스를 받은 후 슈팅을 날렸습니다. 곧 이어서는 네덜란드가 또 다시(!!) 세트 피스 상황에서 한 발 차이로 골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한 끗이 아깝습니다. 네덜란드는 하프 타임동안 라커룸에서 분위기를 다 잡은 모양입니다. "우리 이번엔 러시안이 정신줄 놓으면 절대 놓치지 말자!!"

  전반 8분 경에는 오른쪽 풀백이었던 불라루즈(21)를 빼고 헤이팅아(3)를 투입했습니다. 불라루즈는 경기 몇일전에 자신의 딸을 하늘나라로 보냈었죠. ㅠ_ㅜ 그런 슬픈 상황에서도 경기에 뛰겠다는 인터뷰를 보고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더랍니다. (오늘 네덜란드 선수들은 왼쪽 팔에 애도의 뜻으로 까만 밴드를 하고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이유로 불라루즈를 뺀 건 아닌 듯 합니다. 왼쪽에 비하면 오른쪽의 불라루즈는 공격력이 떨어집니다. 풀백은 적절한 시기에 치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때 패스를 받아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불라루즈의 크로스는 왓더헬이었고 공격 가담이 더 뛰어난 헤이팅아를 투입합니다. 네덜란드가 공세를 취하려고 슬슬 덤빕니다.

 9분 경에는 아르샤빈이 프리킥 상황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지만 아쉽게 골문 옆으로 빗나갔습니다. 러시아 선수들의 개인 기량도 대단합니다. 드디어.. 드디어.. 이 경기의 첫 골이 터졌습니다! 파블류첸코가 세막크의 크로스를 받아서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네덜란드의 네트를 흔듭니다! 2002년 월드컵 폴란드 전때 이을룡 선수의 크로스를 받아 황선홍 선수가 논스톱 슈팅을 날렸던 그 골이 연상되는 장면이었습니다. 히딩크는 저 크로스와 슈팅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걸까요? 또 다시 히딩크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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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가 또 분위기를 탔습니다. 사엔코(9)가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를 받아 슈팅을 날렸지만 살짝 빗나갑니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조금 동요하는 게 느껴지네요. 하지만 다소 낮은 연령대에 비하여 오렌지의 영건들은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유로 2004 때도 반 페르시, 슈나이더, 반더바르트 등의 선수들이 정규 엔트리에 있었습니다. 클럽 경력이야 말하려면 입 아프구요.

  후반 16분 경, 드디어 앙헬라르를 빼고 아펠라이(20)를 투입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요! 그런데 왜 로벤이 아니라 아펠라이일까요? 아직도 공수 밸런스를 생각하는 건가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가 더 절실한 갑갑한 상황인데요. 어쨌든 반더바르트와 아펠라이가 번갈아가며 앙헬라르의 자리를 메꾸고 때에 따라서는 모두 공격에 가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기에서 러시아는 수비 앞에 미드필더 세넷이 촘촘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 타개책으로서 네덜란드의 양날개는 어느 때보다 넓게 자리를 잡고 이 조직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요. 러시아 수비 조직은 계속해서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네덜란드의 공격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후반 23분경 러시아는 셈쇼프(20)를 빼고 빌랴레치노프(11) 를 투입합니다. 죄송합니다, 둘 다 잘 모르는 선수입니다. -ㅅ- 하지만 보기에는 비슷한 역할을 맡은 것 같네요. 배터리 새로 갈아 끼운 격입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오른쪽 풀백 아뉴코프가 무섭게 오버래핑하며 파블류첸코가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지만 반 데사르가 손으로 '툭'하고 막아냅니다.


  계속해서 네덜란드의 공세가 이어지지만 건지는 게 없습니다. 그러다가 파블류첸코의 역습에 실점 위기도 겪었습니다만.. 유로 대회 최다 슈팅의 주인공 파블류첸코는 득점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움직임은 좋은데 결정력이 한 20% 아쉬운 선수네요. 여기엔 반데사르의 얼굴이 한 5% 영향을 끼쳤습니다. 안면 선방이었죠~b


  35분 경에는 사엔코가 빠지고 토르빈스키(7)가 투입됐습니다. 둘다 공격적인 롤을 수행하는 선수인 듯 합니다. 역시나 배터리 교체입니다. (사엔코는 피온에서 제 팀이 가난할 때 주전 스트라이커로 쓰던 애라 조금 압니다! ㅋㅋ 안다고 말할 수 있나... ㄱ-.....) 얼마 안 있어 러시아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만 아쉽게 골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아르샤빈의 발이 조금 짧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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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전에는 계속해서 네덜란드가 공세를 가져가는데 오히려 더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건 역습을 펼치는 러시아입니다. 네덜란드의 공격진보다 파블류첸코와 (그에게 패스를 찌르는) 아이들이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카윗-불라루즈 라인이 반 페르시-헤이팅아 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오른쪽에서 속절없이 당하네요. 첫 골도 헤이팅아가 들어오자 마자 시막이 왼쪽 공간에서 패스를 받아 크로스를 올렸었는데요.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네덜란드 공격의 백미는 역습이었는데 러시아가 수비를 단단히 하며 그럴 기회를 안줬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후반 41분경 프리킥 상황에서 반 니스텔루이가 멋진 다이빙 헤딩골을 기록합니다! 이전에 몇 번 놓쳤던 바로 그 상황입니다! 비슷한 궤도로 프리킥한 공이 날아갔고 결국 이번에는 제대로 날았습니다. 진작에 이렇게 넣을 수 있었는데 드디어 터지네요. 히딩크의 낫빛이 어두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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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급변합니다. 드디어 동남풍이 부는 건가요! 러시아의 콜로딘 선수가 슈나이더를 막다가 경고를 받으며 아까 받아뒀던 한 장에 합쳐서 퇴장당할 위기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공이 골라인을 벗어났다는 부심의 판정에 따라 경고가 취소되었습니다. 여전히 북풍입니다. 그리고 전후반 90분의 게임은 종료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제가 글을 길게 쓰는 편이라 읽는 입장에서 길지 않을까 늘 걱정하는데, 오늘은 경기도 너무 길어지네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이제 러시아는 다시 한 번 걸어잠그면서 파블류첸코와 아이들의 역습을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네덜란드는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어야 하구요. 반 페르시가 한 건 해주길 바랍니다!

  연장 전반 시작하자마자 슈나이더가 수비수를 드리블로 제치면서 다시 한 번 중거리 슈팅을 날렸습니다. 예.. 이번 경기에서만 슈나이더의 10번째 슈팅이었습니다. -_- 오늘따라 화풀이 대상이 조금 필요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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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장전에는 드디어 화끈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풀백들이 팍팍 치고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양쪽 다 승부차기는 하기 싫은가 보네요. 어제 그렇게 잘했던 모드리치도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와서 실축해버렸죠. 정말 잔인한 방식입니다. (I love this game! ㅋㅋ) 파블류첸코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춘 결정적인 장면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네덜란드로부터 올 것이라 예상했던 새컨 윈드가 연장전의 아르샤빈에게서 불어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연장 후반에는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지르코프가 페널티 에이리어 안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낼 뻔 했습니다. 역시 러시아 풀백들의 공격 가담은 뛰어납니다. 그들은 정신줄 놓을 자격이 있다는 거죠! 조금 뒤에도 지르코프의 오버래핑 후에 파블류첸코가 쉽게 골을 넣을 수 있었으나 실패했습니다. 지르코프도 지르코프지만 헤이팅아가 참 대인배스러운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지나갈테면 지나..가라..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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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결승골은 아르샤빈이 해냈습니다! 새컨 윈드 모드였던 아르샤빈이 사이드를 뚫은 후 올린 애매한 크로스를 토르빈스키이 달려들어서 우겨넣었습니다!! 아르샤빈 선수, 정말 완소네요. 테크니션답지 않은 강한 투지와 체력이 매력적입니다. (어떻게.. 아스날 안되겠니?)


  연장후반 9분, 히딩크는 체력이 떨어진 듯한 파블류첸코를 빼고 시체프(21)를 투입하면서 "나 역습할테니 너희 함부로 나오지 마!"라는 마지막 메세지를 오렌지 군단에 전달합니다. 결국.. 아르샤빈이 네덜란드를 격침시킵니다!! 네덜란드 수비수 뒤쪽에서 드로잉을 받아서 골을 넣어버렸습니다! (몸값 오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스날은 못사겠군요. 털썩.) 경기장에 계속해서 아르샤빈의 이름이 메아리처럼 울립니다. 러시아가 결국 최종스코어 3대1로 강력한 우승후보 네덜란드를 꺾고 4강전에 진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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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은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러시아의 에이스, 아르샤빈 선수입니다. 이름도, 외모도, 플레이도 너무나 매력적인 선수네요. 러시아 공격을 주도하면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고 쐐기골을 터트렸습니다. 연장 후반까지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과시하면서 네덜란드 수비수들을 마음 먹은대로 요리했습니다. 그 외에도 파블류첸코, 시마크, 지르코프 등의 선수들을 칭찬할 수 있겠네요.

  이 경기는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1. 히딩크의 매직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매번 이변을 일으키는 걸까요? 한국 팀에 다시 데려오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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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로벤의 저주입니다. 저주까지는 좀 심했네요. ㅋㅋ 유로 2004 때도 체코와의 경기에서 로벤을 뺀 뒤 2대0에서 2대3으로 역전되는 경기를 연출하곤 했었는데요. 오늘도 로벤을 투입하지 않더니 결국 져버렸습니다. 러시아에 아르샤빈이 있다면, 오렌지에는 로벤이 있는데 말이죠. 반 페르시나 아펠라이 대신에 로벤이 들어갔다면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몰랐을 겁니다. 누가 될진 모르겠지만 유로 2012를 치를 네덜란드 감독님. 로벤은 빼지 마세요.

 3. 아르샤빈, 영웅의 탄생입니다. 아르샤빈이 이 경기에서만 이런 임팩트를 보여준 것이 아닙니다. UEFA 컵 내내 제니트를 이끌며 바이에른 뮌헨과 피오렌티나를 격파하며 우승컵을 차지했던 그입니다. 그는 유로 컵에서 또다시 이변을 꾀하고 있는 러시아의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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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팀스피릿의 중요성입니다. 러시아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유기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면 네덜란드는 정리 훈련 나온 것 같았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테니 정리 훈련이 맞긴 하네요. 언제나 동기부여가 잘 되어있고 팀을 위해 한 발 더 뛰는 선수가 많은 팀이 이길 확률이 높게 되어 있습니다. 러시아의 팀 스피릿은 오늘 경기의 백미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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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 2008이 갈수록 재밌어지네요. 거기에 비례해서 제 수면 시간은 줄어들구요. 이제 자야겠어요- 오늘은 아르샤빈이 아스날에서 세스크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는 꿈을 꾸렵니다... 네,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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