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비스켓통'에 해당되는 글 22

  1. 2014.10.23 2014. 10. 23
  2. 2011.10.01 공백 (2)
  3. 2011.10.01 너는 나를 나쁘게 만든다. (1)
  4. 2011.10.01 너의 기억
  5. 2011.10.01 눈을 뜨자마자 (1)

2014. 10. 23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점점 약해지는 것.

일이든, 사랑이든 결국엔 흔들리게 되는 것.

일전의 흔들림을 또 다시 감지하며 데자뷰를 느끼는 혹은 가위에 눌리는 것.

결국엔 이 세상에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없음을 깨닫거나,

혹은 새로운 확신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함을 깨닫게 되는 것.

버려진 과거의 너와 버려질 현재의 너와 버려질 지도 모를 미래의 너에 대해 회한을 느끼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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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2011.05.15 04:03:47



너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은 지 며칠이다. 


연락이 닿지 않는 그 공백의 시간만큼 우리의 관계에는 무지의 커튼이 드리운다. 그리고 기억 속의 너는 어두운 색깔들로 덧칠된다.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냉정한 합리주의자로 너를 규정하게 된다. 너는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된다. 홀로의 시간 속에 이타적 눈동자 역시 이기적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곁에 있을 때면, 순수하고 이쁘고 사려도 깊은 아이라는 생각을 한다. 너가 아니면 안될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100%의 사람은 아니지만, 머지 않아 그런 사람이 될 거라 믿게 된다.


너의 눈동자를 볼 수 있음과 없음에 따라 우리의 관계가 이토록 다르게 인지된다. 적도선의 열기와 극지방의 냉기. 그 어디도 아닌 위도 38도선 근처 어딘가에 너가 살고 있단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렇게 원망과 자책 속에 살고 있다.


너는 후드를 뒤집어쓰며 싱긋 웃어보였고, 나는 우산을 접고 팔을 걷어올렸다. 나는 너를 똑바로 쳐다보기 부끄러워 살짝 몸을 돌렸고, 너도 그랬는지 이따금 몸을 틀었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우습게도, 너와 나는 원을 그리며 동그랗게, 동그랗게 돌고 있었다. 분명, 나도 너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여전히, 그 기억 속에 살고 있다.






-




out of sight, out of mind ㅡ 이런 문장을 만들어내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눈동자를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에 따라 관계는 그렇게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문장들이 몇몇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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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hmydahlia 2011.11.23 16:09 address edit & delete reply

    야 이거 죽인다

너는 나를 나쁘게 만든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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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기억



2010.11.24 21:03:03


 





널 완전히 잊어버리는 건 나 자신을 부정하는 비참한 일 같아서 억지로, 억지로 니 얼굴과 니 목소리까지 겨우 기억해내는 날이 잦아졌다. 그런데 우습게도 니 웃음소리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니가 나쁜 표정 짓고 나를 대하던 몇몇 순간보다 나를 보면서 환하게 웃던 날이 훨씬 많은데, 그 둘을 비교하는 것조차 우스울 정도로 훨씬 많은데, 니 웃음소리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슬픈 일이다.









-




이런 종류의 일들은, 정말로 슬픈 일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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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2010.10.22
 16:50:51




 

느지막히 일어나서 이불의 온기를 느끼고 있다가, 이유없이 중학교 때 기억이 났다. 수업 중인데도 과학 선생님이 교실에 찾아와서는 과학실로 데려가곤 했었다. 나처럼 끌려온 친구들 몇몇을 두고 과학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면 우리는 온갖 수다를 떨며 그 특별한 자유시간을 만끽하곤 했다. 물론 실험대회는 뒷전이었다.


그러다보니 또 고 3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넓다란 1층 건물에 자습실이 있었고, 주말에도 그 곳에 공부하러 온 친구들이 많았다. 그리고 봄의 온기를 못 견디며 나풀나풀 졸고 있던 어느 일요일, 자습실 선생님이 커다란 창문들을 열어제끼며 '다 같이 대청소나 합시다' 했고, 그 창문들 너머로 자습실에 햇살이 가득찼었던 것 같다. 답답한 자습시간 중에 찾아온 그 햇살에 어찌나 신나게 온 바닥을 물칠했던지...


그리고 아련하게 대학교 새내기 시절이 떠올랐고, 니가 떠올랐다. 기숙사 삼거리에서 널 기다리던 내가 떠올랐고, 과제가 늦게 끝나서 미안하다며 웃는 니가 떠올랐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야만 했던 방학에 너의 고향을 찾아가던 기억이 났다. 생각보다 깔끔한 카페에서 창문 밖의 조용한 마을을 보던 기억이 났다. 


눈을 뜨자마자, 이렇게 또 기분이 쌈쌈해진 건 아무래도 어제 본 어느 여학생 때문일 것이다. 시험 공부를 하느라 중도에서 밤을 새고, 잠시 중전을 들렀었다. 6시 쯤이었던가? 중전 1층에는 나처럼 학교에서 밤을 새는 친구들이 여기저기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자리를 잡고, 강의 녹음 파일을 mp3 로 듣고 있는데...


저 앞자리 어딘가에 엎드려 자고 있는 여학생을 남학생이 깨우고 있었다. 시험이건 레폿이건 분명 밤새가며 힘들게 준비하고 있었을텐데, 조금만 더 자게 놔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빼곰히 들어서 남학생을 보더니 다시 엎드려 자는 여학생.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아마 그 때, 니가 떠올랐을 것이다. 그 여학생이 신고있던 하얀 캔버스화와 과제에 지쳐 잠든 어깨와 그 여린 모습에서, 아마 우리가 같이 지내던 그 시간들이 떠올랐을 것이다. 혼자 감상에 젖어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 한참 뒤에서야, 아, 수업 파일 듣고 있었지, 사람 집중력이 이렇게 허술하다니까, 하며 다시 이어폰에 귀를 기울이는 나를 발견하고 있었을 것이다.


새 신발을 샀다며, 새하얀 캔버스화를 신고 예쁘장하게 서 있던 너. 중도에서 같이 밤을 새다가 엎드려 자던 너, 그리고 일어난 니 볼에 찍혀있던 책 자국. 같이 광합성도 하고 공부도 하고 사진도 찍고 가끔은 서로의 무릎을 베개삼기도 했던 어느 벤치. 장난을 쳐도쳐도 웃기만 하는 니가 귀여워서 찍어뒀던 사진. 니가 사는 곳 근처 중학교에 앉아서 함께 봤던 빨간 하늘. 그 빨간 하늘만큼 널 사랑한다고 말하던 나의 그 날들.


난 이제 혼자서도 이렇게 밤새워 공부하고, 시험을 보고,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 쓸 데 없이 수다떨면서 짬뽕을 후루룩 먹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예능을 보며 깔깔거리다가 잠들기도 하지만, 학교를 훌쩍 떠나버린 너도 어딘가 불켜진 사무실에서 밤을 새기도 하고, 안 해도 되지만 해도 될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먹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 예전 그때 좋아하던 예능을 찾아보며 잠들기도 하겠지만. 마음이 왜 이럴까. 우리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을텐데.




-



그런 날이 있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스치는 감상들에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울던 날.

아, 병신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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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김알바 2013.05.31 17:47 address edit & delete reply

    마지막 문단이 너무 슬프다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