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



2011.05.15 04:03:47



너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은 지 며칠이다. 


연락이 닿지 않는 그 공백의 시간만큼 우리의 관계에는 무지의 커튼이 드리운다. 그리고 기억 속의 너는 어두운 색깔들로 덧칠된다.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냉정한 합리주의자로 너를 규정하게 된다. 너는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된다. 홀로의 시간 속에 이타적 눈동자 역시 이기적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곁에 있을 때면, 순수하고 이쁘고 사려도 깊은 아이라는 생각을 한다. 너가 아니면 안될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100%의 사람은 아니지만, 머지 않아 그런 사람이 될 거라 믿게 된다.


너의 눈동자를 볼 수 있음과 없음에 따라 우리의 관계가 이토록 다르게 인지된다. 적도선의 열기와 극지방의 냉기. 그 어디도 아닌 위도 38도선 근처 어딘가에 너가 살고 있단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렇게 원망과 자책 속에 살고 있다.


너는 후드를 뒤집어쓰며 싱긋 웃어보였고, 나는 우산을 접고 팔을 걷어올렸다. 나는 너를 똑바로 쳐다보기 부끄러워 살짝 몸을 돌렸고, 너도 그랬는지 이따금 몸을 틀었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우습게도, 너와 나는 원을 그리며 동그랗게, 동그랗게 돌고 있었다. 분명, 나도 너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여전히, 그 기억 속에 살고 있다.






-




out of sight, out of mind ㅡ 이런 문장을 만들어내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눈동자를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에 따라 관계는 그렇게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문장들이 몇몇 있다.

 

'인생은 비스켓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 10. 23  (0) 2014.10.23
공백  (2) 2011.10.01
너의 기억  (0) 2011.10.01
눈을 뜨자마자  (1) 2011.10.01
회고 1  (5) 2010.04.16
Trackback 0 Comment 2
  1. ohmydahlia 2011.11.23 16:09 address edit & delete reply

    야 이거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