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대나무와 하늬바람이 만나면 소낙비가 된다.

소나무와 비와 바람이 만나면 파도가 되고,

바람이 거세지면 파도가 바위에 부딪친다.

플라타너스에 내리쬐는 햇살과 산들바람은 연못 아랫 세상을 만든다.

우리가 신뢰하는 지각조차도 선입관에 갖혀있어,

들리는 대로 듣고 보이는 대로 보지 못하게 할 때가 있다.


있는 그대로를 듣고 볼 때, 자연은 오묘히 아름답다.

더 많은 소리를 듣고 싶어진다.

소금 사막에 비가 내리면 어떤 소리가 날까.

산타바바라와 안달루시아에는 어떤 소리가 날까.

아, 여행 고파라.






 
    비가 내리고 밖은 어둡고, 몸은 아픈데 학교는 조용해서 역설적으로 마음은 고취되는 오늘같은 날에 들을 노래가 '아톰북' 밖에 없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축구왕 피구'님 블로그에서 처음 추천을 받았을 때부터 듣고 싶었던 음악이었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좀 미지근했다. 그럴 만 한 게, 같이 주문해서 들었던 노래들이 My aunt mary, 검정치마와 같이 뿅뿅거리는 우주행 멜로디들을 자랑하는 놈들이었다. 아톰북은 미지근했지, 암.

    그런데 오늘은 내 엠피에서 들을 만한 노래가 아무리 뒤지고 뒤져도 아톰북 밖에 없더라. 그래서, 아톰북은 처음으로 내 마음에 들어왔다. 그리고 신나게 소리지르고 지지고 볶아대는 밴드에게 앞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란 어떤 사람인지.

(아톰북 노래를 같이 들어보고 싶으나, 저작권법이 무서우므로 패스. 듣고 싶은 사람은 컨택트 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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